별것 아닌 사물의 소소한 아름다움 확인하기

ㅇㅇ | 2022.02.12 14:34 | 조회 3


▶김수강, ‘병&꽈리’,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45×68cm(에디션 5)/90×120cm(에디션 3), 2012

몇 년 전까지 전화번호 열댓 개는 족히 외웠다. 지금은 아니다. 요즘은 아주 친한 사람 번호도 가물가물하다. 일일이 숫자를 눌러가며 전화 걸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오히려 점점 바보가 돼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기억하는 전화번호 뒷자리가 있다. 1839. 어떤 사진작가 스튜디오 전화번호다. 카메라 발명이 공인된 해가 바로 1839년.
사진술이 등장한 지 2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세계 최초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 코닥에서 개발했다. 1981년엔 소니에서 ‘마비카(Mavica)’라는 이름의 상업용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았다. 이후 디지털카메라 환경은 급변했다. 카메라·사진 역사는 짧다. 그림·회화에 비하면 무척 젊은 매체다. 하루가 다르게 혁신적이고 새로운 디지털 장비와 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최신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 성능을 보면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카메라로 전화를 거는 건지, 전화기로 사진을 찍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제 인간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사진으로 기록된다. 뱃속 태아 초음파 사진부터 기록은 시작된다. 마지막은 장례식장에 놓인 영정사진이다. 하물며 먹는 것도 사진으로 대신한다. 숟가락 들기 전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먼저 시식하는 세상이 됐다. 값비싸고 번거로운 필름 카메라 시절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진의 대중화’라는 슬로건은 완벽히 성취됐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누구나 손쉽게 이미지를 채집할 수 있다. 또 그만큼 가볍게 소비한다. 이미지 홍수다. 세상은 비물질 데이터로 가득 찼다. 그래도 예외, 빈틈은 있다. 수공예 작업에 가까운 아날로그 과정을 고수하는 사진작가가 있다. 김수강이다.

▶김수강, ‘수건07’,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60×50cm(에디션 5)/90×73cm(에디션 5), 2014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과정 고수
김수강 작품은 장르를 명확하게 규정짓기 어렵다. 분명 카메라와 필름을 활용한다. 그렇지만 사진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일반적인 사진 인화 방식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판화에 가깝다. 여러 장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통 3~5장 정도 편집본(에디션)을 만드는데 모두 똑같지 않다. 에디션마다 색감이 미묘하게 다르다. 따라서 유일한 원본성을 지닌 회화의 특성도 동시에 보여준다.
김수강이 보여주는 기법은 ‘비은염 인화법(non silver print)’ 중 하나다. 정확히 말하면 ‘검 바이크로메이트(중크롬산염)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약칭으로 ‘검 프린트’라고 부른다. 19세기에 개발된 초기 인화술이다.
제작과정은 대략 이렇다. 당연히 대상을 우선 촬영한다.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로 찍는다. 이때 인공조명을 사용한다. 콘트라스트(대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명암대비가 심하지 않은 게 좋다. 이렇게 촬영한 데이터를 출력소로 보내 필름으로 만든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아날로그 작업이다. 먼저 아라비아 고무액(검)과 바이크로메이트(중크롬산염) 용액, 그리고 수용성 물감을 섞어서 감광액을 만든다.
이 감광액을 종이 위에 고르고 얇게 칠한다. 감광액이 칠해진 인화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종이는 물에서도 잘 견딜 수 있어야 하기에 주로 품질 좋은 판화지를 사용한다. 특정색 감광액이 칠해진 판화지(인화지) 위에 필름을 올려놓고 감광기에서 빛을 쬐어(노광) 이미지를 현상한다. 현상된 인화지를 실온의 물이 담긴 수조에 넣으면 노광 되지 않은 부분의 감광액은 물에 녹아서 사라지고 미세한 농도를 띤 색이 인화지 위에 남는다. 인화지를 널어 말린다. 물감 색을 바꿔가며 이런 과정을 10~15회 반복한다. 촬영과 필름 현상 과정을 제외하고 인화 작업에만 2주일 정도 걸린다.

▶김수강, ‘호두’,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60×50cm(에디션 5)/90×73cm(에디션 5), 2020

▶김수강, ‘동전’,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37×50cm(에디션 5), 2003

평범한 일상에 담긴 특별함
손쉽고 편리한 디지털 출력 시스템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김수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번거롭고 반복되는 고된 작업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어려서부터 체득한 예술가의 진중한 태도에서 기인하는 꿋꿋함이다. 예중과 예고를 거쳐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때 검 프린트 사진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접했다. 쉽사리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현란한 기술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내공은 이런 이력에서 짐작된다.
김수강에 의해 선택돼 카메라 렌즈에 놓인 오브제는 시시하고 별것 아닌 물건들이다. 과일, 꽃, 열매, 주사위, 몽당연필, 단추, 종이상자, 옷걸이에 걸린 속옷과 양말, 수건, 빈 그릇과 접시, 보자기, 돌멩이, 우표, 동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물이다. 하지만 제각기 사연이 있다. 세월의 흔적과 기억의 온기 그리고 저마다의 우주가 그 속에 담겨있다. 특히 이 물건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무생물이다. 다른 말로 ‘정물(靜物)’이라고도 한다. 고요하게 정지된 사물이다. 정물은 풍경과 인물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정물화는 숭고한 자연을 묘사한 풍경화, 인간의 천태만상을 그린 인물화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김수강의 ‘사진-정물화’는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각인한 이미지다.

이준희 건국대 현대미술학과 겸임교수_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창작에서 전향해 몇 년간 큐레이터로 일했고, 미술 전문지 <월간미술> 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까지 맡아 18년 8개월 동안 근무했다.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것보다 여전히 아티스트에 가까운 ‘미술인’으로 불리기 원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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